3학년 봄, 후배에게 주전을 빼앗겼다. 그 직후 동성 후배에게 고백을 받았다. 인생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게 분명했다. 카와니시 타이치는 세미 에이타보다 약 한 뼘 정도 더 컸다. 실로 미들블로커라는 포지션에 잘 어울리는 체격이었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었다. 짜식. 세미는 카와니시를 볼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났다. 카와니시는 키는 멀대 같이 커다래서는, 표...
정부는 가이드를 꺼렸다. 정부소속의 센티넬들은 맹수라고는 해도 어차피 목줄 찬 호랑이요, 동물원의 사자였다. 그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인간이 위협이었다. 센티넬들이 목줄 찬 호랑이고 동물원의 사자라면 그 목줄을 쥔 조련사가 누구인지는 너무나 분명했지만, 정부는 그 사실을 구태여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손익을 계산할 줄 아는 아주 평...
모든 가이드들은 왼손은 비운 채 오른손만으로 싸우는 법을 훈련받았다. 가이드의 왼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로워야했다. 총기도, 그 어떤 무기도, 양손을 동원해야 할 정도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다루지 않았다. 어차피 현존하는 그 어떤 화력도 센티넬의 공격력에는 비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가이드의 왼손은 센티넬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어떤...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닿았다. 인간은 늘 중력과 싸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이불 밖으로 발을 내미는 순간부터 중력과의 싸움이다.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일으키고, 허리와 목을 빳빳이 세워 나를 끌어당기는 지구로부터 번쩍 고개를 쳐든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비명을 질러대는 근육에 다시 한 번 힘을 준다. 영원히 뿌리칠 수 없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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