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양동작전으로 보는 건 좀 과잉 해석 아닌가.” “그 정도의 지능이 있을 리가 있나, 아무렴.” “단순히 예외 상황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향후 대비책을 세워둬야…….” “고작 한 번 있었던 사고를 가지고 뭘 또 대비책까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예산이 필요하다고만 하면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긴급 간부 회의가 열렸으...
근접전투 교육담당 교육관은 인자한 미소를 띤 얼굴로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미리 언질 받은 바 있는 배경에 걸맞게, 이와이즈미는 유도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채였다. “집이 도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 민간 사회에서 생활하던 사람치고는 대답 역시 정중하고 힘이 있었다. 하기야 운동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몸에 밴...
“……그러니까, 그 말은, 날 좋아한다는 거잖아요.” 어린애처럼 뚱하니 튀어나온 입술이 그렇게 말했다. 빨갛고, 부드럽고, 촉촉하고, 따뜻한 그 입술의 느낌을 다시 되짚어보던 이와이즈미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각하고 보니 그를 좋아한지 이미 꽤 오래였다. 오이카와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호의로 가득 차 있었다...
오이카와는 현관에서부터 꼭 금붕어 똥처럼 이와이즈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겉으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입을 댓 발 내민 채로 앙다물고 있었으므로 누가 봐도 불만을 속으로 곱씹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와이즈미는 그런 유아적인 방법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뒤에 딱 달라붙은 오이카와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이와이즈미는 차분...
사격장이나 도장은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시간표를 지정해 짰다. 이론교육은 그 전후로 해서 한두 시간씩 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센티넬과 가이드에 대한 기초 상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한 시간 정도 설명하겠다고 교육관이 말했다. 시청각 자료와 함께 사십 분 정도 배운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랬다. 그 구역질나는 괴 ...
우선은 일상에서부터 점점 파고들어갈 생각이었다. 동거 중이라는 이점도 있겠다, 그 편이 유리하겠다싶었던 것이다. 원래도 혼자 사는 사람치고는 제법 살림솜씨가 있었던지라 오이카와는 집안일을 거의 도맡다시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있어도 된단 말로 이와이즈미를 살살 구슬렸다. 남이 빨아준 옷을 입고 남이 차려준 식사를 하는 안락한 생활 속에서 마음이...
불편한 자세 때문에 어깻죽지가 뻐근했다. 이와이즈미는 눈을 뜨자마자 잡혀있던 손부터 획 내쳤다. 전날 밤과는 다르게 쉽게 떨어져나가는 걸 보니 오이카와의 상태도 어느 정도는 호전된 모양이었다. 어젯밤엔 팔을 절단 내기 전에는 절대 떼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젯밤의 오이카와를 생각하자 다시금 조금 오싹해졌다. 이와이즈미는 그 기분을 떨치려 뒷목을 문질렀...
그러나 이와이즈미의 본성은 오이카와가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가 정에 약하고 정의감이 뛰어난 사람이라 짐작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와이즈미는 정의나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사실 별로 없었다. 해수욕장의 안전요원 아르바이트에는 딱히 대단한 직업정신이나 투철한 봉사정신이 필요치 않았고, 애초에 이와이즈미도 그런 이유로...
소란스럽게 달아났던 방위성 직원은 곧 머쓱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와이즈미는 그를 보자마자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사람을 이렇게 납치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적어도 상황 설명은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구구절절 옳기만 한 항의가 거세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 매섭던 기세는 직원이 연신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자 곧 사그라졌다. 물론 그라고 뭐 대단한 권한이 있...
처음엔 다들 초커 목걸이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토오루야 워낙에 화려한 사람이었으니 그런 아이템을 착용했다고 해서 유별나게 보는 사람도 없었다. 하얗고 늘씬하게 뻗은 목을 가로지르는 검고 분명한 선. 저화질의 사진임에도 뚜렷이 보이는 그 존재에 몇몇 팬은 되레 열광했다. 잠깐이었지만 실시간 검색어로도 올랐을 정도였다. 오이카와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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